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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기후변화 재무영향 공시 현황(폭염 중심)

930건
전수 분석
52%
재무영향 금액 공시
12%
폭염 정량화
2026-07
기준 시점

데이터 기준시점: 2026-07 · 아카이브는 주기적으로 갱신되므로 사이트 통계와 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목차

핵심 요약

국내 상장기업이 2013–2025년에 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운데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930건을 전부 훑어, 기후변화가 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금액으로 밝힌 대목을 찾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물리적 위해 가운데 폭염을 중심에 놓고 살펴봤습니다.

  • 930건 중 481건(52%)이 기후 리스크의 재무영향을 금액으로 공시했습니다. 이 비율은 2019년 이후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 다만 무엇을 얼마나 잃는지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곳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공시는 자산 손상과 에너지 비용에 쏠려 있고, 폭염이 노동생산성에 입히는 손실을 짚은 보고서는 드뭅니다.
  • 업종과 재해 유형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물리적 리스크 노출이 큰 유틸리티·소재·건설·제약이 앞서 있고, 전기·전자는 정량 공시가 상대적으로 덜 확인됩니다.

이 글에서 정량화율은 재무영향을 금액으로 공시한 보고서의 비율을, 폭염 정량화율은 폭염 영향을 금액으로 공시한 보고서의 비율을 뜻합니다. 최근 2년(2024–2025년)과 그 이전을 나누면 변화가 더 뚜렷합니다. 정량화율은 46%에서 56%로, 폭염 정량화율은 9%에서 15%로 올랐습니다.

왜 재무영향 산정이 중요한가

기후공시가 자율에서 제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1호·제2호를 최종 의결했고, 7월 8일 확정된 공시 제도화 방안은 2028년(FY27)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107개사가 기후 관련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담도록 했습니다. 2월 로드맵 초안(30조 원 이상, 약 58개사)보다 대상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2029년(FY28)에는 5조 원 이상(157개사)으로 넓어지고, 2030년(FY29) 2조 원 이상 확대도 검토됩니다. 공시 채널이 자율 보고서가 아닌 사업보고서 법정공시로 정해지면서 공시 책임의 무게도 달라졌습니다. 국내 기준은 국제기준(ISSB의 IFRS S1·S2)에 정렬돼 있고, 그중 제2호(IFRS S2 기반)가 기후 관련 공시입니다.

IFRS S2가 요구하는 것은 "기후 리스크가 있다"는 서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거버넌스·전략·위험관리와 함께, 기후 리스크가 재무상태·재무성과·현금흐름에 미치는 현재와 예상 영향을 밝히라고 요구합니다. 정성적 서술을 넘어 재무영향의 정량화가 공시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고, "제2의 재무제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재무영향을 금액으로 산정하는 일의 난이도입니다. 기후 시나리오를 골라 자사 자산과 사업의 노출·취약성을 평가하고 이를 손실액으로 환산해야 하는데, 방법론이 정립돼 있지 않아 기업마다 접근이 다릅니다. 국내 기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어떤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전수조사로 파악한 자료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의무화를 앞둔 시점에 시장 전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면, 기업에게는 자사 위치를 점검할 기준이 되고 정책·연구자에게는 기준 설계의 근거가 됩니다.

이 작업의 목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수준 평가가 아닙니다. 공시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 있는 그대로 진단하는 데 있습니다.

왜 폭염인가

이 글은 기후 재무영향 공시 전반을 살펴보되, 물리적 위해 가운데 폭염을 중심에 놓고 먼저 살펴봅니다. 폭염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기후 위험이면서, 동시에 재무 언어로 옮기기 가장 까다로운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폭염은 기상청 기준으로 일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인 날이 이틀 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주의보가, 35℃ 이상이면 경보가 내려지는 수준의 더위를 말합니다.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으로 태풍·홍수와 나란히 법정 자연재난에 포함됐을 만큼, 폭염은 더 이상 "더운 날씨"가 아니라 관리 대상 재난입니다. 그런데 태풍이나 홍수가 특정 시점, 특정 자산에 피해를 남기는 것과 달리 폭염은 냉방 전력, 옥외 노동, 건강, 물류까지 넓고 조용하게 스며듭니다. 피해가 분산돼 있어 금액으로 붙잡기가 유독 어렵고, 그래서 기업이 재무영향 산정을 어디까지 해냈는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됩니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서도 폭염은 홍수와 함께 금액 산정 사례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위해요소였습니다. 이번 분석 방법은 태풍·홍수·가뭄 등 다른 위해요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이 글은 특정 위해요소를 중점으로 먼저 분석해 본 첫 편입니다.

결과 1. 얼마나 공시하는가

930건 중 481건이 기후 리스크의 재무영향을 금액으로 적었습니다. 절반이 넘습니다. 나머지도 상당수가 "영향이 있다"는 서술까지는 했지만, 숫자까지 붙인 보고서가 481건입니다. 연도별 비율은 텍스트를 추출할 수 없어 분석에서 제외한 24건까지 포함한 발간 기준이라, 분석 대상 930건을 분모로 한 전체 52%보다 조금 낮게 나옵니다.

흐름을 보면 2020년을 기점으로 비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2019년까지 30%대에 머물던 정량화율이 2025년에는 60%에 닿았습니다. 폭염만 떼어 보면 기울기가 더 가파릅니다. 2020–2021년 6–7%였던 것이 2025년 17%가 됐습니다.

연도별 기후 재무영향 정량화율 추이

2013년부터 2025년까지 전체 정량화율과 폭염 정량화율의 연도별 추이를 보여주는 이중 선그래프. 전체 정량화율은 2019년 26%에서 2025년 60%로, 폭염 정량화율은 같은 기간 0%에서 17%로 상승했다.
연도별 기후 재무영향 정량화율 추이. 2020년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2019년 이전은 연간 발간 건수가 8–23건에 그쳐 비율 변동이 큽니다.

기간을 둘로 나누면 과거(2013–2023년) 정량화율이 46%, 최근 2년(2024–2025년)이 56%입니다. 폭염 정량화율도 9%에서 15%로 뛰었습니다. 보고서가 많아져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전체 대비 비율 자체가 올랐으니, 공시하는 기업이 늘었을 뿐 아니라 그중 금액까지 밝히는 관행이 빠르게 퍼졌다고 읽어야 합니다.

구분발간(분모)정량정량화율폭염폭염 정량화율
과거(2013–2023)52524046%499%
최근 2년(2024–2025)42924156%6415%

결과 2. 어떤 산업이 재무영향을 정량 공시했는가

절대 건수만 보면 금융·화학·전기전자가 상위지만, 덩치가 큰 산업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각 산업의 전체 보고서 대비 비율로 바꾸면 순위가 뒤집힙니다.

폭염 재무영향을 정량 공시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기·가스(46%), 비금속(39%), 종이·목재(27%), 제약(21%), 건설(20%) 순입니다. 물리적 기후 리스크에 노출이 크거나 규제 압력이 센 유틸리티·소재·건설·제약 계열이 앞서는, 직관과 맞는 그림입니다. 반대로 전기·전자는 정량화율(44%)도 폭염 정량화율(6%)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반도체·전자가 기후 노출을 덜 받는다기보다, 이를 공시에서 재무 언어로 옮기는 데 아직 소극적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업종별 폭염 재무영향 정량화율

업종별 폭염 재무영향 정량화율을 내림차순으로 보여주는 가로 막대그래프. 전기·가스 46%, 비금속 39%, 종이·목재 27%, 제약 21%, 건설 20% 순이며 전기·전자는 6%, 운송·창고는 0%다.
업종별 폭염 재무영향 정량화율(전체 정량화율 병기). 분모 = 분석 대상 930건. 업종 결측 19건과 개별 표기하지 않은 소업종 4개 23건(합 42건)은 막대에서 제외했습니다. 업종 구분은 한국거래소(KRX) 업종분류 기준이며, n<15인 소표본 업종은 별표로 표시했습니다.

ESG 담당자에게는 자사가 속한 업종의 평균이 어디쯤이고 우리 회사가 그 위인지 아래인지 가늠할 기준선이, 컨설턴트에게는 고객사 진단의 출발점이 되는 자료입니다.

결과 3. 어떤 피해 경로가 많이 나타났는가

기후변화가 재무에 닿는 경로를 네 갈래로 나눠 봤습니다. 자산이 물리적으로 망가지는 손상, 냉방 등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 더위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 그리고 매출 감소나 물류 차질 같은 간접 손실입니다.

공시는 자산 손상과 에너지 비용에 뚜렷이 쏠려 있습니다. 폭염을 언급한 보고서 기준으로 자산 손상 경로를 짚은 곳이 179건으로 가장 많고, 매출·간접(111건)과 에너지 비용(79건)이 뒤를 잇습니다. 노동생산성 손실을 재무 언어로 다룬 곳은 29건으로, 자산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폭염 재무영향의 경로별 공시 건수

폭염 재무영향의 경로별 공시 건수를 보여주는 가로 막대그래프. 자산 물리손상 179건, 매출·간접 111건, 에너지 비용 79건, 노동생산성 29건이다.
폭염 재무영향의 경로별 공시 건수. 산정 건수가 곧 중요도는 아닙니다 — 노동생산성 경로는 산정 방법론이 자리 잡지 않아 공시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편중에는 기술적 이유가 있습니다. 자산 손상은 부동산·설비의 가치와 침수·화재 확률을 곱해 손실액을 뽑는 방식이 비교적 확립돼 있고, 에너지 비용도 기온 상승과 냉방 전력 소비의 관계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가장 자주 쓰는 방식이 "외기 온도 1도 상승 시 전력비 몇 % 증가" 같은 냉방비 추정입니다. 반면 노동생산성 손실은 폭염이 작업 효율·근로시간·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을 금액으로 환산해야 하는데, 이 방법론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생산성 공시가 적다는 사실은 신중하게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곧 노동생산성 손실이 덜 중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폭염이 옥외 작업자와 생산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실질적이지만 산정 방법이 없어 공시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도와 산정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고, 지금 데이터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단정할 수 없어 판단을 유보합니다. 다만 기간 구분에서 실마리는 보입니다. 노동생산성 채널은 과거(2013–2023년)에 단 1건이었다가 최근 2년에 10건으로 늘었습니다. 규모는 여전히 작지만 방법론이 조금씩 시도되기 시작한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채널전체(언급 410건 기준)과거(2013–23, 정량 49건 기준)최근 2년(2024–25, 정량 64건 기준)
자산 물리손상1791430
매출·간접1111219
에너지 비용792423
노동생산성29110

주: "전체" 열은 폭염 언급 보고서 410건 기준 채널별 보고서 수이고, "과거/최근 2년" 열은 폭염 정량 보고서(과거 49건·최근 64건) 내 채널 분포입니다. 두 묶음의 모수가 달라 가로로 합산하면 어긋납니다. 채널 분류의 표본 검증 정밀도는 자산·매출 80%대, 노동·에너지 85–95%입니다.

경로 미특정도 짚을 대목입니다. 폭염을 언급한 보고서의 상당수는 그 영향이 자산·에너지·노동 중 무엇을 통해 오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후 리스크가 재무에 영향을 준다"까지만 적고 경로는 특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값을 내는 것과 그 값이 어디서 오는지 설명하는 것은 다른 수준의 공시라서, 이 미특정 비율이 곧 공시 성숙도의 격차를 보여줍니다.

결과 4. 재무영향을 어떤 조건으로 산정했는가

금액이 적힌 자리에서 그 값이 어떤 조건으로 나온 것인지도 함께 봤습니다. 재무영향 금액은 그 자체로 완결된 정보가 아닙니다. 어떤 기후 시나리오를 전제했는지, 언제 시점의 값인지가 함께 붙어야 다른 기업의 숫자와 견줄 수 있습니다.

시점은 대체로 밝혀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고서가 값 옆에 기준 시점을 적었고, 여러 시점을 나란히 놓은 경우도 흔합니다. 2030년, 2050년처럼 국가 감축목표나 탄소중립 시점에 맞춘 연도와, 단기·중기·장기라는 서술 구간이 섞여 쓰입니다.

반면 어떤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값인지까지 밝힌 경우는 그만큼 흔하지 않습니다. 시나리오 분석 자체는 국내 보고서에서 낯선 항목이 아닙니다. 다만 보고서 어딘가에 시나리오 설명이 있는 것과, 산정된 금액 옆에 그 값이 어느 시나리오에서 나왔는지 적어두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값과 전제가 떨어져 있으면 읽는 쪽은 그 숫자가 완만한 감축 경로의 값인지 고배출 경로의 값인지 알 수 없습니다. 폭염 재무영향을 산정한 보고서는 이 점에서 전체 평균보다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재무영향 금액에 함께 표기된 산정 조건

정량 공시 보고서 481건 기준 산정 조건 표기 비율을 보여주는 가로 막대그래프. 시점 명시 82%, 둘 이상 시점 58%, 시나리오 조건 명시 28%, 둘 이상 시나리오 19%, 확률적 방법론 명시 1%다.
재무영향 금액에 함께 표기된 산정 조건. 금액 언급 주변에서 탐지한 표기이므로 보고서 전체 기준 제시율의 하한입니다.

시나리오를 밝힌 경우, 어떤 계열을 참조하는지는 위험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폭염처럼 물리적 위해를 산정할 때는 SSP나 RCP 같은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주로 쓰이고, 탄소가격이나 규제 같은 전환 위험을 다룰 때는 국가 감축목표(NDC)나 NGFS, 탄소중립 경로가 등장합니다. 두 계열은 묻는 질문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을 인용했는지만 봐도 그 기업이 무엇을 리스크로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작 드문 것은 그 값이 얼마나 확실한지에 대한 언급입니다. 손실 가능성의 폭을 재무 언어로 표현하는 MSCI의 Climate VaR(기후 Value-at-Risk) 같은 방법론을 언급한 보고서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도 방법론 소개에 이름이 등장할 뿐 실제 산정된 금액에 붙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나의 숫자를 제시하는 데까지는 왔지만, 그 숫자가 어느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함께 말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셈입니다.

여기서 "밝혔다"는 것은 금액이 적힌 자리 가까이에 그 조건이 함께 표기됐다는 뜻입니다. 보고서 다른 장에 시나리오를 자세히 설명해 두었더라도 산정값과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 집계에는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 수치는 시나리오 제시율을 보수적으로 뽑아본 것이고, 동시에 값과 근거가 얼마나 붙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분석했는가

먼저 수집의 뼈대가 되는 기후 재해(위해요소)는 아홉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홍수·침수·호우, 폭염·혹서·고온, 태풍·강풍, 산불, 해일·이상기후, 가뭄·물부족, 한파·폭설·혹한, 해수면상승, 산사태·토사입니다. 이 구분을 EU 택소노미(기후 위임법 부록 A)의 기후위해 분류와 견주면 급성(acute) 위해 전반에 대응하고, 만성(chronic) 위해 가운데서는 국내 공시에서 금액 산정이 실제로 관찰되는 해수면상승을 포함합니다. 평균기온 상승 같은 나머지 만성 위해는 현재 수집 범위 밖인데, 국내 보고서에서 만성 위해를 금액으로 산정한 사례 자체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유형별 대응 관계는 부록에 표로 정리했습니다.

분석은 네 단계로 진행했습니다.

첫째, 폭넓게 모았습니다. 보고서 원문 전체에서 기후와 관련된 금액 언급을 규칙 기반으로 자동 수집했습니다. 이 단계는 일부러 그물을 넓게 쳤습니다. 놓치는 것보다 일단 다 걸러 오는 쪽을 택했습니다.

둘째, 사람이 표본을 읽어 정확도를 쟀습니다. 자동으로 모은 것 중에는 엉뚱한 것도 섞이기 마련이라, 표본을 뽑아 직접 읽으며 맞는지 틀리는지 판정하고 정확도를 수치로 냈습니다. 짐작이 아니라 실측입니다.

셋째, 오탐 패턴을 규칙으로 걸러냈습니다. 표본에서 드러난 잘못된 수집(예를 들어 기부금 지출이나 지표 나열이 재무영향처럼 잡히는 경우)을 유형별로 정리해 이를 걸러내는 규칙을 다시 적용했습니다. 무엇을 왜 걸러냈는지 모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넷째, 규칙으로 판단이 어려운 문맥만 AI에 맡겼습니다. 예컨대 "폭염 대응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했다"(대응 활동)와 "폭염으로 냉방비가 늘어 손실이 발생한다"(재무영향)를 가르는 건 규칙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문맥 판단만 AI 언어모델로 확인하되, 모든 판정에 원문 근거 문장을 붙이고 그 문장이 실제 원문에 있는지까지 기계적으로 검증했습니다.

AI에 전부 맡긴 블랙박스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각 단계는 사람이 되짚어 볼 수 있고, 같은 절차를 다시 돌리면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설계했습니다. 표본 검증에서 나온 정확도는 자산·매출 경로가 80%대, 노동·에너지 경로가 85–95%였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믿고 쓸 수치인지를 숫자로 밝힐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계와 다음

표본 검증에서 정량 공시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기후 재무영향이 아닌 경우가 약 3분의 1가량 나왔습니다. 이런 오탐을 걸러내는 정밀화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52%라는 수치는 앞으로 다소 낮아질 수 있습니다. 재해 유형과 금액을 정확히 짝지어 연결하는 일, 그리고 평균기온 상승 같은 만성 위해까지 수집 범위를 넓히는 일도 후속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분석은 판정이 아니라 진단입니다. 어느 기업이 잘했고 못했다를 매기려는 게 아니라, 국내 공시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그려 보이려는 것입니다. 폭염으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태풍·홍수 등 다른 위해요소로, 나아가 기후를 넘어 자연자본(물·생물다양성 등 TNFD 프레임워크)으로 같은 방법을 확장해 볼 생각입니다.

이 분석은 국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수집·검색할 수 있게 아카이빙한 Repot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보고서 원문을 본문 단위로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기에 전수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부록. 방법론 상세

  • 분석 대상: 2013–2025년 한국거래소 공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954건 중 텍스트 추출이 가능한 930건 분석(이미지 전용 등 24건 제외).
  • 집계 단위: 보고서 단위(한 보고서가 여러 재해·시나리오를 다뤄도 1건). 사례 단위로 세면 수치가 부풀어 비교가 어긋납니다.
  • 용어: 정량화율은 재무영향을 금액으로 공시한 보고서 비율, 폭염 정량화율은 폭염 영향을 금액으로 공시한 보고서 비율입니다.
  • 분모 정의: 연도별 정량화율은 해당 연도 발간 보고서 수(954 기준), 업종별·전체 정량화율은 분석 대상 930건을 분모로 계산했습니다. 산정 조건 프로파일은 정량 공시 보고서 481건이 분모입니다.
  • 업종 분류: 한국거래소(KRX) 상장사 업종분류 기준(통계청 한국표준산업분류 KSIC 아님). 업종 결측 19건과 개별 표기하지 않은 소업종 4개 23건(합 42건)은 업종 차트에서 제외했습니다.
  • 산정 조건 탐지 방식: 시나리오·시점·방법론 표기는 금액 언급 주변 구간에서 탐지했습니다. 보고서 다른 장의 시나리오 설명은 산정값과 연결되지 않으면 잡히지 않으므로, 보고서 전체 기준 제시율의 하한이며 동시에 값-근거 연결도 지표이기도 합니다.
  • 채널 분류: 자산 물리손상 / 에너지 비용 / 노동생산성 / 매출·간접. 표본 검증 정밀도는 자산·매출 80%대, 노동·에너지 85–95%입니다.
  • 정밀도 산출: 층화 표본(파일럿 50건, 재검증 30건, AI 판정 검증 20건)을 사람이 직접 읽어 판정한 결과에 기반합니다.
  • 공시 제도 근거: KSSB 제1·2호 최종 의결(2026.2.26),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확정(2026.7.8) — 2028년(FY27)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107개사)부터 사업보고서 의무공시, 2029년(FY28) 5조 원 이상(157개사) 확대, 2030년(FY29) 2조 원 이상 확대 검토, IFRS S2 정렬.

위해요소 아홉 유형과 EU 택소노미 기후 위임법((EU) 2021/2139) 부록 A의 기후위해 분류(온도/바람/물/고체질량 × 급성/만성) 대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형(본 분석)EU 택소노미 대응구분
홍수/침수/호우Flood(연안·하천·내수·지하수) + Heavy precipitation급성·물
폭염/혹서/고온Heat wave (만성 Heat stress 일부 포함)급성·온도
태풍/강풍Cyclone·hurricane·typhoon + Storm + Tornado급성·바람
산불Wildfire급성·온도
해일/이상기후Flood(coastal) 일부 + 만성 변동성 계열(느슨한 대응)혼합
가뭄/물부족Drought + Water stress급성·물(+만성)
한파/폭설/혹한Cold wave/frost + Storm(blizzard) + Heavy precipitation(snow/ice)급성
해수면상승Sea level rise만성·물
산사태/토사Landslide (Subsidence 인접)급성·고체질량

주: 본 분석의 유형은 EU 분류에서 도출한 것이 아니라 국내 보고서의 실제 어휘를 묶은 것으로, EU 분류와의 관계는 사후 대응입니다. 급성 위해 전반과 해수면상승을 포괄하며, 평균기온 상승·기온 변동성 등 나머지 만성 위해는 수집 범위 밖입니다.